김우진 작가는 그간 유년 시절 꾸었던 ‘사육사’라는 꿈을 투영하여 다양한 동물 조각을 통한 작가의 ‘유토피아’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매체의 변화와 다양성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였고 이번 23년도 2인전을 통해 새로워진 작업 방식으로 찾아와 우아함을 한층 더 높인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마셀로 수아즈바나르의 초현실주의 화풍은 보는이로 하여금 다소 기괴해보일 수 있지만, 그가 태어난 볼리비아 오루로 지방의 후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들의 축제(오루로 카니발)에 등장하는 캐릭터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권과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작가이지만 그의 기괴함 속에는 자신의 개인적 서사와 함께 결국 가정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기원이 담겨져 있다. 작가는 현재 볼리비아를 비롯, 북미권역에서 인정받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작가 중 하나로 활동 중이다.
‘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과 함께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두 작가 김우진과 Marcelo Suaznabar는 국적과 세대, 주 매체 등 다양한 차이점 속에 작품 세계가 ‘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각 작가의 개인 서사와 작품과의 관계를 통해 앞서 언급한 상반된 꿈의 의미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김우진 작가는 그간 유년 시절 꾸었던 ‘사육사’라는 꿈을 투영하여, 본인이 발전시킨 고유한 조형 언어로 다양한 동물 조각을 통한 ‘유토피아’를 구축해왔다. 사슴과 개, 소나 말 등과 같이 실제 존재하는 가축류를 작품의 주 소재로 다뤄왔다면, 본 전시에서는 유니콘과 같은 상상 속 동물과 함께 새롭게 시도되는 새로운 조형 방식이 등장한다. 이러한 상상 속 동물의 등장과 새로운 조형 방식의 시도는 작품 세계의 확장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어쩌면 유년 시절의 꿈에 머물렀던 모습에서 현재의 모습에서 꾸는 새로운 꿈이자 유토피아로의 세계관 확장에 대한 가능성 또한 내포하는 동시에 김우진 작가의 꿈과 작품세계의 무한한 확장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동시에 남미의 작가 Marcelo Suaznabar는 초현실주의에 기반한 회화작업을 선보여왔기에 정신 현상으로서의 ‘꿈’과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Marcelo Suaznabar 역시 유년 시절의 다양한 환경적 경험이 초현실적으로 작품에 드러나는데, 이는 그가 태어난 볼리비아의 도시 오루로의 영향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10년의 근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알티플라노고원의 풍경 역시 Marcelo Suaznabar의 유년 시절 풍경임과 동시에 그 풍경에 대한 추억이다.
Marcelo Suaznabar가 탄생시킨 고유한 캐릭터들은(오루로의 카니발 복장에서 작가가 받은 영향에 대해 가늠할 수 있다.) 유년 시절의 재현이자 그 자체로 작품의 조형 언어로 작용하며, 각 캐릭터와 캐릭터들의 특징적 요소,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상징성은 그가 탐구하고 있는 미묘한 상징적 언어를 나타낸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기발하며, 복잡하고 때로는 초현실적으로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Marcelo Suaznabar는 환상을 잃지 않기 위해 이들을 그린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망하고 기원할 때, 간절히 바라거나 혹은 감히 닿을 수 없기에 ‘꿈’이라는 정신 현상에 빗대어 ‘꿈을 꾼다’고 표현하곤 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꿈을 해석하고 작품에 투영하여 표현하는 두 작가를 통해 ‘꿈’이라는 키워드를 바라보는 본 전시는, 작품으로 하여금 감상자에게 다양한 꿈의 해석을 유도하고, 펼쳐질 2023년을 맞이하며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꿈과 같은 기대와 기원을 담아 본 전시를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