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은 한국 전통 불화(佛畫)의 형식에 자신의 이야기를 겹쳐 그린다. 성스러운 종교화의 양식안에 자신의 퀴어 정체성과 경험을 담아내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사회를 나누는 여러 이분법적인 시선 속에서, 퀴어라는 존재가 차별 없이 동등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통을 빌려 현재를 이야기하고,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위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낸다. 박그림은 대표작 심호도_간택은 제목이 가진 의미를 거꾸로 뒤집어, 스스로를 선택하는 퀴어한 주체의 이야기로 읽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 ‘깨달음이란 욕망하고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낯선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성(聖)과 속(俗)이 뒤섞인 그의 그림은 ‘다름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조용히 묻고 있다.
함성주 (Sungju Ham)
b. 1990 / Korea
작가가 말하는 ‘새로운 사실주의적 회화’란, 카메라 알고리즘에 의해 왜곡된 스크린 이미지를 관찰채집한 뒤 물리적 붓질로 재구성해 “실제보다 더 입체적인 상태”로 되살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픽셀의 잔상과 붓 자국이 층층이 겹치며, 원본 이미지와 회화적 재현 사이에 어긋난 틈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의 번역 과정에서 대상과 관찰자(작가)의 시선을 통한 변화와 해석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동일한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관찰자와, 관찰 시점, 장소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른 해석과 의미가 부여되는 회화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승완 (Seongwan Ha)
b. 1992 / Korea
하승완은 고전, 신화, 성경, 게임, 매스미디어까지 인류가 직조해 온 모든 ‘이야기’를 뜯어내고, 그 속에 들어있는 이미지를 해체, 재조합해 동시대적 상징체계로 바꾸는 화가이다. 금번년도 KIAF에 선보이는 그의 작업중 ‘휘청거리는 거인’ (Staggering Giant)은 2023년에 공개한 패치워크(Patchwork) 시리즈를 확장하는 작업으로 작가는 누더기 거인을 ‘국가’로 제시하면서 신체를 감싸는 누더기 조각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교체 가능한 국가의 기술이자 시민의 모습을 상징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휘청거리는 거인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비대한 심장과 함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것 역시 욕망으로 인해 오버클록 된 국가이자 집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동시대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치는 현상학적 모습에 비판적 시선으로 다가가 관객에게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