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시는 전통 불화의 방식으로 퀴어를 포함한 다양한 동시대 서사를 다루고 있는 박그림 작가의 작업 현장을 공개합니다.
완성된 작품을 정제된 공간 내에서 감상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작업 현장에 대중들이 직접 방문하여 작업 과정 및 도구를 작품과 함께 들여다보고 감상함으로써 관람객들은 박그림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면밀히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운영 시간 : 13:00 ~ 19:00
* 3일, 4일 : 갤러리 휴관일 * 박그림 작가 2층 작업실 상주 예정
박그림 (Grim Park / b. 1987)
박그림 작가는 불교미술의 전통 기법으로 본인의 ‘소수자성(퀴어, 도제식 교육, 비주류 매체, 지역출신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동시대의 서사를 다루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 경험에서 발현된 서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와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불교미술은 한국 회화에서도 비주류 장르로서 현대 미술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불교 미술을 탐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특히 퀴어 서사를 논의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종교적 상징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미술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고 한국 미술계의 경계를 확장하며 고려불화를 현대미술로 탈바꿈시킨 박그림의 그림은 성소수자로서의 자기혐오와 불안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현재의 아름다움과 투쟁을 축하하고 강조하는 이야기로 진화하여 전통적인 불교적 신념과 평등에 대한 보편적 열망을 결합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가는 어릴 적에는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성장 과정에서 외적인 모습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싫어하는 존재로 여겨진 몇차례의 경험들을 마주하자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자기혐오"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러한 자기혐오는 작가에게 더욱 외적인 아름다움을 갈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시리즈중 화랑도는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작가에게 소셜미디어 커뮤니티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과 포즈들을 부드럽고 아름다운 비단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이들과 같은 성격과 아름다움을 담으려 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비단 위에 수십번 채색을 하고 발색을 하며 아름다움을 얻기 위한 고난의 수행과 같으며 박그림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연하게 채색하는 기업이 남성적인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룬 초기 시리즈입니다.
심호도
'심호도' 시리즈는 작가 본인의 개인적 서사와 불교의 '심우도' 설화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전통회화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현하고 종교적 특징을 수용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작가의 퀴어 아이덴티티, 지역 출신 배경, 불교미술 등 소수자성에 대한 정체성은 작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내/외부적 변화를 다루면서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심우도'에서 소년이 소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나타내는데, 여기서 '소'는 깨달음을 주는 매개체로서 역할하며, '소년'은 본성 탐구자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설화에서의 '소'를 '호랑이'로 대체하여 깨달음과 그것을 얻는 위치를 나타내었습니다. 호랑이는 일반적으로 영물로 인식되지만, 작가는 한국인의 기원을 상징하는 '단군설화'에서 인간으로 완전하게 되지 못한 모습, 즉 불완전한 정체성을 포착하여 자신의 페르소나로 설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보살들로 표현된 상징적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독립된 세계관으로 구축하여 전통회화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Holy Things
작가가 성장기에 경험했던 변신물에 등장하는 지물, 성물들은 주인공에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 도구로 사용되는데 이를 갖고 싶은 수집욕 또한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겪었던 유년시절의 경우 이른바 남자는 로봇, 여자는 인형 등 성별에 구분이 심했던 보수적인 시대였고 당시 어렸을 적부터 퀴어적 성향을 가지고 있던 작가는 요술봉이나, 변신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은 쉽사리 가질 수 없는 ‘성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는 청소년기와 성년기에 접어들어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본인의 결점을 커버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장품을 사회적 인식 때문에 쉽사리 구매하지 못했던 경험으로 본인의 자기혐오가 더욱 심해졌으며 그 당시의 경험을 불교의 ‘지물(持物)’, 천주교의 ‘성물(聖物)’과 유년시절의 향수였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변신도구’를 접목해 ‘수집’이라는 키워드를 반영, 새롭게 제작된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