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 팡에스투(Evi Pangestu)의 작품 세계는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 삶을 형성하는 수많은 규칙과 질서를 마치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하듯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저항’과 ‘통제’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감을 포착하고,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회화라는 매체를 변형해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캔버스를 지지하는 프레임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기존 회화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끊임없이 균열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 그녀의 작품이 지닌 표면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구조를 만드는가, 아니면 구조가 우리를 만드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Courtesy of Artist and THEO
에비 팡에스투가 선보이는 Forced Interaction 시리즈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도전과 순응의 복잡한 무대와도 같습니다. 작가는 정사각형 프레임을 시작점으로 하여 형태를 비틀고, 거기에 네온 색이라는 시각적 장치를 더해 구조적 안정감과 혼돈이 겹치는 지점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변형된 면을 멀리서 보면 견고하게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캔버스의 긴장과 불규칙성을 따라 섬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 혼돈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조정하고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Courtesy of Artist and THEO
이번 전시는 일상에 내재한 통제와 제약, 그리고 인식의 틀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로, 에비 팡에스투가 그려낸 기하학적 구조들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독창적인 조형 언어와 함께 펼쳐질 이번 전시에 부디 함께하셔서, 질서와 혼돈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경험을 만끽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