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는 순간을 정교하게 포착해 ‘새로운 사실주의’로 불리는 세계를 구축한 미국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12세에 붓을 잡은 뒤, 세 아이를 키우며 부엌 한켠에서 작업을 이어간 집념으로 알려져 있다. 파스텔과 유화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녀의 작업에는 아침 햇살이 스며든 커튼, 바람이 흔드는 나뭇잎, 수평선 너머의 잔잔한 물빛이 어우러지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이상(理想)의 공간’이 탄생한다. 특히 파스텔 표면에 대리석 가루를 입히거나 유화와 혼합해 층을 쌓는 그녀만의 독창적 기법은, 빛이 공기를 타고 부유하듯 섬세한 입자를 남겨 관객에게 명상적 평온을 선사한다
David Surman
b. 1981 / UK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서먼(David Surman, b. 1981)은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붓질, 과감히 생략된 배경 그리고 선명한 색채로 동물의 몸짓과 인간 심리를 교차시키는 ‘산문(散文)적 회화’를 선보인다. 강아지·새·당나귀 같은 친숙한 생물을 과장된 형태로 휘갈겨 그려 마치 만화 컷과 고전 신화가 겹친 듯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데이비드 서먼은 관객에게 동화 같은 서사를 건네면서도 자연과 인간이 맺고 있는 복합적인 관계에 대한 질문을 남기고 있다.
Evi Pangestu
b. 1992 / Indonesia
빛과 틀의 반역자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출신 회화가 에비 팡에스투는 ‘정사각형’이라는 가장 안정된 도형을 뒤틀고 흔들어 놓으며 회화의 규범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영국 RCA에서 수학한 그녀는, 정사각 프레임을 잘라내고 덧붙이며 “통제(Structure)”와 “저항(Control)”이 교차하는 캔버스를 구축한다. 겹겹의 아크릴과 젯소가 만들어낸 미세한 균열은 마치 도시의 콘크리트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처럼, 제도화된 시스템을 비판적 아름다움으로 치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