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는 2026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에서 국내외를 대표하는 작가 5인과 함께 참여하며 이들의 작품 세계와 담론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ARTIST
김은진 (Eunjin Kim)
b. 1968 / Korea
김은진의 회화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는 욕망과 두려움, 성스러움과 구원,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오며 마주한 사회적 상황과 그 안에서 반복되는 무의미하고 불합리한 현상, 그에 직면한 인간의 절망적인 한계를 직설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인물 군상과 삶의 다면함을 상징하는 사물들로 풀어낸다. 신랄함과 익살스러움이 공존하는 화면에서 인간은 욕망하고 좌절하며, 구원을 갈망하는 동시에 고독한 존재로 남는다. 희로애락이 뒤엉킨 인간사의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 세속과 신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기괴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나타난다.
최근 함성주는 그리스, 로마 조각의 이미지를 주요한 모티프로 삼으며 ‘본다는 것’에 관한 문제의식을 더욱 확장한다. 본래 물질적 부피와 물성을 지닌 조각은 카메라의 시선을 거쳐 평면의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되고, 다시 작가의 회화를 통해 새로운 물질성과 신체성을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조각의 단단한 양감과 피부를 연상시키는 질감,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굴곡은 화면 안에서 낯설게 증폭된다. 조각과 회화, 입체와 평면, 실제와 허구, 신체와 표면 사이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그 어느 한쪽으로도 완전히 귀속되지 않는 묘한 긴장과 매혹을 만들어낸다. 원본과 재현의 경계를 무화하는 소조적 감각의 화면은 온전히 제힘으로 추동하는 이미지를 분화하며 스크린 너머의 세계를 겨냥한다.
안도현은 오래된 물건, 쓸모가 다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물을 조명하고 타자의 목적이 다해 사라질 예정인 존재를 기억한다. 누군가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존재했던 사물은 그 역할이 끝나는 순간 실용의 질서에서 밀려나 쉽게 폐기되고 망각된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사물이 지나온 시간과 존재의 흔적, 미처 발견되지 못했던 가능성을 포착한다. 버려지고 방치된 사물을 수집해 재조합하고 새로운 물체를 조물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사건의 발생을 의미하고, 기존의 질서에서 몫과 자리를 잃은 존재에게 새로운 역할과 시간을 부여하는 공감각적 여정이다.
재진(JEJn)은 중세 목판화에서 게임, 브랜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예술과 상품, 생산과 소비의 영역을 자유롭게 횡단한다. 작품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재생산하는 감상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작품에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부여한다. 재진의 작업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새롭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가운데 차용한 것이다. 작가에 의해 선택된 이미지들은 섞이고 충돌하며 상호작용하는 다원적인 공간이 된다. 특히 이번에 선보여지는 'Studio Fabrica'는 16세기 유럽의 다양한 직업과 노동 환경을 기록한 요스트 암만(Jost Amman, 1539–1591)의 목판화에 미술과 패션, 자본과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합성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파니 앙가 사푸트라는 유년 시절 경험한 자바 문화 특유의 구전 전통에서 연유한 아름답고 연약한 생명체와 유기적 건축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역사를 오가는 기억을 탐구한다. 한편, 작가는 마을의 전통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오늘날 현실을 지각하고, 기억의 공백을 메꾸는 지식의 다리로서 예술의 역할을 주목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취약한 개인의 정체에 회복력을 불어넣는 작은 안식처이자 피난처로서 신비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밝히고 공생으로 나아가는 어린아이, 건축과 인물이 결합한 혼종적 존재는 구전으로 영속되길 바라는 가족의 유산과 집단을 지탱하는 다채로운 의식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