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앙가사푸트라는유년시절경험한자바문화특유의구전전통에서연유한아름답고연약한생명체와유기적건축을통해개인과집단의역사를오가는기억의과정을표현합니다. 한편, 작가는마을의전통이서서히사라져가는오늘날현실을지각하고, 기억의공백을메꾸는지식의다리로써예술의역할에주목합니다. 과거와현재를연결하고취약한개인의정체에회복력을불어넣는작은안식처이자피난처로서신비로운세계를창조합니다. 인간과자연의관계를밝히고공생으로나아가는거대한아이, 건축과인물이결합한혼종적존재는구전으로영속되길바라는가족의유산과집단을지탱하는다채로운의식에관한이야기입니다.
Courtesy of Artist and THEO
인간은 오감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오감은 자기 보존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연대의 수단이 되기도 하며 문자의 한계를 넘어 지식, 기술, 정서, 정체성을 후대에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신화와 전설 그리고 민담을 말과 소리로 전달함으로써 집단의 역사와 가치관이 공유되고, 의례와 축제를 눈으로 모방하며 사회적 의식을 유지하고 보존합니다. 손끝의 감각은 무형 문화를 이룩하고 미식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지속합니다. 향의 정서는 이러한 인식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분위기를 환기합니다. 파니 앙가 사푸트라는 우리의 인식과 이해를 좌우하는 오감에 주목하고 눈, 귀, 입술 신체 부위를 하나의 유기적이고 생경한 대상으로 탄생시킵니다. 탑처럼 쌓아 올리고 강낭콩처럼 군집한 눈과 입술, 가느다란 줄기를 가진 귀와 같이 신체가 단독으로 영위하거나 귀와 눈이 극적으로 부각된 얼굴, 식물의 형태를 경유하는 인물이 화면에 흥미롭게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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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연약하고 다정한 생명체들이 합심하여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아늑하고 포용적이며 세대와 세대의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을 은유합니다. 따뜻한 빛을 품고 있는 쌀을 그릇에 채우고 온기를 머금은 좌탁 위에 조막만 한 식기가 다소곳이 자리합니다. 하지만 식탁 앞에 놓인 의자 개수에 비해 앉아 있는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고, 함께 식사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어쩌면 단념한 듯한 인상의 인물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 사회에서 점차 심화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 세대와 세대의 문화적 단절 현상을 꼬집으며 단편으로만 잔존하는 전승의 상태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화면의 중심 서사 주변부를 포근히 감싸고 보듬는 뭉게구름 같은 신격의 존재는 우리의 잊힌 오감적 서사와 단절된 기억을 다시금 마주해보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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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옥의 구조를 갖추고 지붕과 우산으로 식사의 생태계는 보전받고, 나룻배와 이동 가옥의 장소가 무수히 많은 발로 지지돼 있다는 것은 무관심 속에 흐트러지고 존중받지 못하는 전통과 공생의 문제를 되짚어 보게 합니다. 결국 파니 앙가 사푸트라는 소박하고 정겨운 세계를 통해 나의 정신과 신체를 이루는 감각 기억을 찬찬히 모두 대면하고 조상으로부터 비롯하는 개인의 뿌리를 연대와 공감의 예술로 온전히 바라보고자 합니다.